'배민스토어 운영지원 담당자' 이력서를 제출하고 왔습니다. 저를 당황하게 한 질문이 있었으니..
'좋아하는 시, 소설, 음악을 중심으로 자기소개하세요' 였습니다.
저처럼 당황스러운 분들이 계시지 않을까해서 나름 생각해본 합격 전략과 배민 분들의 의도를 남깁니다.
배민은 왜 이런 질문을 했을까
제가 생각했을 땐 배민은 '지원자의 일을 하는 태도, 그 사람의 지향점'을 보고 싶었던 것 같아요. 기업 입장에서 채용할 때 2가지 조건을 보는 것 같아요. 1. 일 잘하냐 2. 협업 잘하냐 ... '일 잘하는데 싸가지 없는 동료 vs 착한데 일 못하는 동료' 직장인 밸런스 게임이 유행했을 정도로 이 2가지는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 중에 2번. 협업을 잘하냐를 볼 수 있는 질문 같습니다.
배민다움 홈페이지에서 배민은 단순히 성과를 쫓기 보다는 함께 성장하고 일하기 좋은 기업 등의 가치를 추구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외식업 사장님들을 위한 박람회, 교육, 책자 발간 등 함께 성장하기 위한 활동에 진심으로 임하고 있는 걸 슥- 봐도 척! 알 수 있습니다.
트럼프 관세로 아이폰 16을 사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 앱등이로서.. '우리가 아이폰 14Pro를 사야 하는 이유' 썸네일 참을 수 없었어요. 잠금화면에서 실시간 배달 현황을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을 소개하는 글이었는데 오.. 오... 짱이다.. 배달 해볼까..혹했네요.
이렇게 상세하게 개발 과정을 보여주니까 서비스가 더 매력적으로 보입니다..
배민다움 홈페이지는 좋은 생각과 기분 좋은 젊은.. 에너지랄까요? 그런 것들이 잘 느껴져서 예전부터 왕왕 들어가곤 했습니다.
궁금하면 둘러보는 것도 추천합니다 배민다움
- 한 줄 요약: 배민은 일하는 사람의 문화를 많이많이 중요하게 생각한다.
자소서를 어떻게 적을까
자소서 공유합니다.
- ‘좋아하는 시나 소설, 노래, 영화를 중심으로' 자신을 자유롭게 소개해 주세요.
[계속 움직일 힘을 준 한 문장: 원숭이가 놓은 그 자리에서 시작하라]
어떤 상황에서라도 제가 힘을 낼 수 있게 해준 책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류시화 시인의 '지구별 여행자'입니다. 영국이 인도를 식민 지배하는 시기에 영국인은 골프를 하며 여가를 즐겼습니다. 그들의 달콤한 휴식 시간을 방해하는 것이 있었으니 다름 아닌 긴꼬리원숭이였습니다. 영국인들이 골프를 잘 치고 있는 와중에 자꾸 원숭이가 골프공을 가져가 게임을 진행할 수 없었습니다. 화가 난 그들은 담장을 2배로 높게 지어봤지만, 지형을 넘나드는데 도가 튼 원숭이에게는 전혀 소용이 없었습니다. 영국인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새로운 골프 규칙을 만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원숭이가 골프공을 떨어뜨린 바로 그 자리에서 경기를 진행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이야기를 읽고 계획대로 되지 않는 제 삶과 그때마다 힘들어하던 제 모습이 생각났습니다. 생각해 보면 어쩔 수 없는 것에 힘들어하고 있었습니다. 계획표를 지키려 해도 가족과 친구의 급한 일, 전화, 제 마음의 변화 등으로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제가 원하는 곳으로 나아가고는 있지만 마치 원숭이가 저를 옮긴 것처럼 원하는 것과 반대 방향으로 가거나 엉뚱한 곳에 가기도 한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때마다 바로 이 자리가 제가 다시 시작할 자리라고 생각하며 삶을 즐기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싸우지 않고 싶어 싸우는 사람]
저는 싸우지 않기 위해 싸우고 있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인 '진격의 거인'에서 이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스포일러이지만 내용을 요약하자면 두 나라가 '거인'이라는 강력한 힘으로 서로 침략하는 과정을 통해 수많은 사람을 죽고 죽이는 이야기입니다. 긴 전쟁 끝에 한지 단장은 '이제 싸우지 않기 위해 싸운다'고 말합니다. 한지뿐만 아니라 작품 속 등장인물 모두가 각자 살아남기 위해, 내 가족과 나라를 지키기 위해 싸워왔지만 본인의 몸과 마음은 고사하고 주변의 많은 동료를 죽음으로 몰 수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현실에서도 이 이야기는 이어집니다. 가령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는 검색엔진(Google vs Bing), 운영체제(Chrome OS vs Window) 그리고 사무용 프로그램(Docs vs Office) 등에서 오랜 시간 경쟁하며 막대한 손실을 보았습니다. 그러나 애플은 그들과 경쟁하지 않고 독자적인 상품을 만들어냈기 때문에 애플이 독보적 시장 1위를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다른 곳과 싸우지 않고 차별화된 서비스와 상품으로 이 전쟁에서 승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타인과의 경쟁은 오히려 독이 됩니다. '회기놈' 유튜브를 시작할 때 먹방, 자영업자 등 같은 분야의 다른 유튜버 영상의 일부를 따라서 만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채널 고유의 이야기, 농담, 감정을 전하면서 수천 회의 조회수를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남들과 싸우지 않기 위해, 저와 제가 있는 곳을 차별화하기 위해 싸우고 있습니다.
제 인생 책과 애니메이션으로 적었습니다. 저한테는 크게 와닿은 메시지라 신나게 작성했는데 지금 와서 보니 면접관님들 마음에 드실 지는 의문이네요.. 다음에 지원할 때는 배민다움 홈페이지에서 지향하는 기업 문화 보고 그와 관련된 문학작품으로 적는 게 더 좋을 것 같습니다ㅎㅎ
합격했으면 좋겠네요ㅎㅎ 이상 배민 지원 후기였습니다.